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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쉼표

동화책 속 그 새가 내 눈앞을 알짱거리더니, 후투티였다

by 숲담 2026. 6. 10.

휴양림 숲길에서 만난 후투티. 왕관처럼 펼쳐지는 머리 볏이 무척 인상적이다

어릴 적 세계 전래동화를 읽다 보면 유난히 기억에 남는 새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후투티는 특별했다.

왕관처럼 펼쳐지는 머리깃과 화려한 무늬 때문인지 어린 마음에는 현실의 새라기보다 동화 속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오랫동안 후투티는 우리나라가 아닌 먼 나라 숲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새였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근무하는 휴양림 숲길에서 그 새를 만났다.

그것도 멀리서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 눈앞을 천천히 알짱거리며 걸어 다니고 있었다.

순간 웃음이 났다.

 

"어? 진짜 후투티잖아."

후투티가 나타나면 다들 반가워한다

숲에서 일하다 보면 다양한 새들을 만난다.

하지만 후투티를 발견했을 때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함께 걷던 동료도 후투티를 보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어? 저 새!"

누군가는 카메라를 들고 다가가고, 누군가는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본다.

 

후투티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새가 아니다.

그래서일까.

숲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후투티는 반가운 손님처럼 느껴진다.

주황빛 몸과 검은 줄무늬 날개, 그리고 왕관처럼 펼쳐지는 머리 볏은 처음 보는 사람의 시선까지 단번에 사로잡는다.

땅 위를 걷는 모습이 더 사랑스럽다

후투티는 의외로 땅 위를 천천히 걸으며 먹이를 찾는다.

긴 부리로 흙을 살피는 모습은 마치 숲길을 산책하는 것처럼 여유롭다.

다른 새들은 사람이 다가가면 금세 날아가 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후투티는 잠시 동안 관찰할 시간을 허락해 주기도 한다.

 

물론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조금 전까지 눈앞을 걷고 있던 모습이 어느 순간 숲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더욱 아쉽고,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휴양림 숲길에서 만난 후투티의 실제 모습입니다. 사진으로는 담기 어려운 움직임과 분위기를

짧은 영상으로 기록해 보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zDxeEQ5KmV4

영상 속 후투티는 천천히 걸으며 먹이를 찾고 있습니다

후투티는 어떤 새일까?

후투티는 우리나라를 찾는 대표적인 여름철새로 알려져 있다.

긴 부리를 이용해 땅속 곤충과 유충을 찾으며, 머리 위의 화려한 볏이 가장 큰 특징이다.

 

최근에는 일부 지역에서 겨울철에도 관찰되면서 텃새화 현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기후와 환경이 변화하면서 우리가 만나는 자연의 모습 역시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나에게 후투티는 생태 정보보다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바로 숲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그 반가운 순간이다.

잊을 만하면 다시 찾아오는 특별한 손님

후투티는 매일 만나는 새가 아니다.

잊을 만하면 한 번,

또 잊을 만하면 한 번.

 

그래서 숲에서 후투티를 만난 기억은 오래 남는다.

"작년에도 이맘때쯤 봤었는데."

그 한마디만으로도 반가운 추억이 떠오른다.

 

어쩌면 후투티의 진짜 매력은 화려한 모습만이 아니라 기다리던 존재를 우연히 다시 만나는 기쁨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숲이 건네준 작은 선물

어릴 적에는 동화책 속에서만 존재하던 새였다.

먼 나라 숲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았던 새였다.

그 후투티가 오늘은 휴양림 숲길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숲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그 안에서 만나는 생명들은 언제나 새로운 감동을 선물한다.

산림치유가 꼭 특별한 프로그램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숲길을 걷다가 후투티 한 마리를 만나고,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미소 짓는 순간.

어쩌면 그런 시간이 우리 마음을 가장 자연스럽게 쉬어가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또 언젠가, 잊고 지내던 어느 날

후투티가 다시 내 눈앞을 알짱거리며 나타나 주기를 조용히 기대해 본다.